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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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침대가 삐걱거렸다. 그리고 벽을 통해 들려오는 작고 기이한 소리로 나는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왜 엄마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고, 저녁 식사를 거른 채 잠자리에 들었다.

최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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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이제 나는 왜 엄마가 삶이 끝날 무렵에 '약혼자'를 가졌었는지, 왜 엄마가 삶을 다시 시작하는 놀이를 했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거기, 거기서도, 뭇 생명이 꺼져가는 양로원 주위에서도 저녁은 우수가 깃든 휴식 시간과도 같은 것이 었다. 그처럼 죽음 가까이에서 엄마는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욕망이 일었음이 틀림없었다. 아무도, 아무도 엄마로 인해 눈물을 홀릴 권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내게서 고뇌를 씻어주고 희망을 비워준 듯, 신호와 별들이 가득한 밤의 어둠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가슴을 열었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았고 그토록 형제 같으며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결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끼도록, 내게 남은 일은 처형일에 모쪼록 많은 구경꾼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주기를 소망하는 것뿐이었다.

최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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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이방인』 번역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작가의 스타일, 즉 카뮈의 문체를 되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스타일, 즉 뫼르소의 성격을 되살리는 것이다. - 번역 초판본을 위한 옮긴이의 말

최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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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이방인』을 이렇게 해설한 바 있다. "우리 사회에서 모름지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는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다시 말해 뫼르소는 사회가 요구하는 일종의 유희, 즉 거짓말하는 유희에 참여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사형당했다는 것이다. 거짓을 질료로 삼는 사회적 유희, 즉 온갖 의례에 익숙한 법조인들은 실제 그대로의 진실만을 말하는 뫼르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방인』의 사법적 기준으로 보자면, 독자인 우리 또한 사회적 의례를 무시하고 진실한 감정을 가감 없이 밖으로 드러낼 때는 언제든지 사법적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 - 역자의 말

최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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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기가 될 만한 기독교의 (유일한) 우월성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와 그의 성자들 - '삶의 양식'의 추구. 이 작품은 아무런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작중 인물들이 절대선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거쳐야 할 단계만큼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여줄 것이다.

최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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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보다 더 큰 것, 내가 정의할 수 없으나 느낄 수 있는 큰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 큰 것이란 무엇일까? 부정의 신성을 향해, 신 없는 시대의 영웅주의를 향해, 요컨대 순정한 인간을 향해 어렵게 걸어가는 것. 신에 대한 고독을 포함한 모든 인간적 덕목들.

최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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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폭발했다. 나는 목이 터지도록 소리 질렀고, 그에게 욕을 퍼부었으며, 기도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가 입은 사제복의 깃을 움켜쥐었다. 기쁨과 분노가 솟구쳐 오르는 감정의 약동과 더불어, 나는 마음속 깊은 곳을 그에게 송두리째 쏟아버렸다. 당신은 몹시도 확신에 차 있어, 안 그래? 하지만 당신의 확신은 여자 머리카락 한 올만 한 가치도 없어. 당신은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조차 확신하 지 못해. 나, 나야 겉보기에는 두 손이 텅 빈 것 같지. 그렇지만 내게는 나에 대한 확신, 모든 것에 대한 확신, 당신보다 더 깊은 확신, 내 삶과 다가올 그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래, 난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굳게 붙들고 있어, 이 진리가 나를 굳게 붙들고 있는 만큼 말이야. 나는 전에도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옳을 거야.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았지만, 저런 식으로 살 수도 있었겠지. 나는 이런 일을 했고, 저런 일을 하지 않았어. 나는 이런 짓을 저지른 반면, 저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았어.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마치 나는 늘 그 순간을, 내가 정당화될 그 이른 새벽을 기다리며 살아온 것만 같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어. 당신 또한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어.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생애 전체에 걸쳐, 내 미래의 심연으 로부터,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월을 거쳐 나를 향해 올라오고 있고, 바로 그 바람이 지나가면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정히 현실적이지도 않은 세월 속에서 사람들이 내게 제안한 모든 것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어.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뭐가 중요해, 당신의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이 뭐가 중요해, 오직 하나의 운명이 나를, 또한 나와 함께 당신처럼 내 형제를 자처하는 수많은 특권자를 선택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야. 이제 이해가 돼, 이해가 되느냐고? 모두가 다 선택받은 특권자야. 이 세상에는 선택받은 특권자들밖에 없어. 다른 사람들 또한 언젠가 단죄받을 거야. 당신 또한 단죄받을 거야. 당신이 살인죄로 기소당한 채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당한들 그게 뭐가 중요해? 살라마 노의 개는 가치를 따지자면 그의 아내와 똑같아. 자동 인형 같은 그 키 작은 여자 또한 마송과 결혼한 파리 여자, 혹은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한 마리만큼 죄인이야. 셀레스트가 레몽보다 낫지만, 레몽이 셀레스트와 마찬가지로 내 친구라고 한들 그게 뭐가 중요해? 마리가 오늘 새로운 뫼르소에게 입술을 바친다고 한들 그게 뭐가 중요해? 이해가 돼, 이 사형수야, 내 미래의 심연으로부터•···• 이 모든 것을 외치면서 나는 숨이 막혔다. 그러나 벌써 사람들이 내 손에서 사제를 빼냈고, 간수들이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제는 그들을 진정시켰고,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는 돌아섰고, 자리를 떠났다.

최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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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사무실에서 일을 많이 했다. 사장은 친절했다. 그는 내가 너무 피곤하지 않은지 물었고, 엄마의 나이도 알고 싶어 했다. 나는 틀리지 않기 위해 "예순 살가량"이라고 대답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장은 짐을 덜었고 이제 모두 끝난 일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최관수

p.

"삶과 죽음의 막막함, 고정관념과 기성질서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카뮈의 『이방인』을, 청년의 욕망과 열정, 젊음의 순수성과 염결성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스탕달의 『적과 흑』 Le Rouge et le noir을 읽 는 것이 좋을 성싶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두 소설을 다시 읽다 보면, 글쓰기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두 소설이 일면 유사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나조차 깜짝 놀라곤 한다. 예를 들어 『이방인』의 뫼르소와 『적과 흑』 의 쥘리엥 소렐은 각기 자기 사회의 고정관념과 기성질서를 따르지 않았기에 사회로부터 배제되며, 그들의 재판 과정은 동시대 사법제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성격을 띤다. 그리고 몹시 젊은 나이임에도 그들은 둘 다 감옥에서 자신의 삶을 철학적으로 정리한 끝에 자살과도 같은 사형을 선택한다. - 역자의 추천과 추천 이유

최관수

p.24%

하지만 열기가 하도 뜨거워서, 눈을 멀게 할 듯 하늘에서 쏟아붓는 불비를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것 또한 내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여기 가만 서 있든 자리를 뜨든 결국 매한가지인 것이었다

독채

p.18%

그러자 사장은 내게 삶의 변화에 흥미를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삶이란 결코 달라지는 게 아니며, 어쨌건 모든 삶이 다 그게 그거고, 또 나로서는 이곳에서의 삶에 전혀 불만이 없다고 대답했다.

독채

p.33%

그러자 그는 삶의 변화에 관심이 없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그 누구도 결코 삶을 바꿀 수 없고, 결국 이런 삶이나 저런 삶이나 똑같은 가치를 지니며, 지금 여기의 내 삶이 전혀 싫지 않다고 대답했다.

챕정

p.170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는 것, 다른 사람들과 절대적으로 똑같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변현정

p.235

저는 이 사람이 범죄자의 가슴으로 어머니를 매장했기 때문에 유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변현정

p.6

이런 맥락에서 이방인 번역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작가의 스타일, 즉 카뮈의 문체를 되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스타일, 즉 뫼르소의 성격을 되살리는 것이다. - 번역 초판본을 위한 옮긴이의 말

챕정